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르노와 닛산이 현재의 동맹을 끝내고 하나의 기업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기업은 합병을 통해 유럽과 일본증시 등에서 단일 종목으로 거래될 새 회사를 탄생시키려 한다.
르노와 닛산의 합병은 자동차 산업의 격변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개발(R&D)를 더욱 가속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기업은 엔지니어링과 제조 및 공급망 관리, 구매 및 인적 자원 활용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닛산의 소형차 미크라가 대표적이다. 유럽시장용으로 설계된 미크라는 프랑스에 있는 르노 공장에서 생산된다.
분열된 지배구조가 동맹의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자넷 루이스 맥쿼리 도쿄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산업에서 규모 문제는 중요하다”며 “도요타자동차와의 경쟁을 위해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는 하나의 큰 그룹으로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룸버그는 합병이 성사되면 르노·닛산이 폭스바겐과 도요타 등의 더욱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신재생에너지 차량, 자율주행 및 자동차 공유 서비스로의 전환 등 자동차산업의 혁신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자들은 닛산이 르노 주주들에게 신규 합병 회사의 주식을 제공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닛산 주주들도 신규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방침이다. 합병 기업은 일본과 프랑스에 본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논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르노 주가는 장중 8.3% 폭등하며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르노는 닛산의 최대 주주로 4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지분 15.0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다. 르노 이사회에서도 영향력을 가진다.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사회 투표권은 없다. 닛산은 미쓰비시의 최대 주주이다.
프랑스와 일본 정부의 승인을 얻는 것이 합병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에 대한 권리 포기나 최대 주주 지위 상실을 꺼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부 장관 출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5년 르노에 대한 경영 개입을 강화하려 했다. 자국 대표 기업을 지키려는 것은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르노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약 1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자동차회사로, 지난해 724억 달러(약 77조33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닛산은 직원 수가 13만7000여명에 달하며 지난해 108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합병은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합병된 회사 본사 위치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곤 회장은 “프랑스가 주주로 남아있다면 일본은 더 단단한 지배구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곤 회장은 현재 르노·닛산·미쓰비시를 포함한 3사 연합을 이끌고 있다. 소식통들은 곤 회장이 합병을 주도하고 있으며 새로 출범할 합병 회사도 그가 이끌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1999년 르노와 닛산의 자본 제휴에 따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닛산에 들어간 곤 회장은 2001년 닛산 CEO, 2005년 르노 CEO에 오르며 20여 년 간 경영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가진 자동차 제조업체를 수익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며 ‘코스트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