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보호무역 입장차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선진국 경제 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상 마찰은 세계 경제에 직면한 주요 위험요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기재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9~20일(현지시간)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주요 20개국 및 초청국의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ㆍ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금융안정위원회(FSB)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기존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를 고수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무역전쟁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지만 두렵지는 않다”며 “미국 시장과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무역전쟁에 들어간다고 해서 두렵지 않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기도 하다”고 기존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주의에 일제히 반발하며 자유무역 확장에 뜻을 모았다. 다만 보호무역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공동 성명 초안에는 담겼다가 최종안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G1으로 나선 미국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 부총리는 작심한 듯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동조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통상 마찰이 세계 경제가 직면한 주요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국가의 무역 규제가 여타국의 연쇄적 보복의 상승(escalation) 작용을 일으켜 무역 규제의 도미노를 야기하는 높은 전염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통상 마찰이 세계 경제의 실질적 위험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층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부총리는 “각국이 대외부문 불균형이 심화하지 않도록 거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가운데, 경제의 포용성 강화와 성장의 질 개선을 통해 보호무역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규범에 기반한 국제무역 시스템을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중남미 국가 재무장관들을 만나 경제협력 협의체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와 유사한 형태의 한국과 중남미 핵심 국가 간 경제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이다.이에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는 적극 지지하는 뜻을 밝히면서 “참여 대상 중남미 국가와 IDB의 사무국 역할 수행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안을 함께 검토해 나가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