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각국이 세수 부족과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배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담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도 연초부터 담배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고 1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흡연자들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흡연율이 높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80% 이상은 이슬람 교도인데 이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 기호품으로 담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15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이 약 76%에 달한다고 밝혔다. 흡연율이 높은 만큼 폐암 환자도 많아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는 흡연율을 낮추는 문제가 큰 과제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달부터 담배 가격을 10% 인상하기로 했다. 16개비가 들어 있는 한 갑이 전에는 평균 2만1000루피아(약 1600원)였다. 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은 2000~3000루피아가량을 더 내야 한다.
만성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는 이번 조치로 증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찍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12년 “담배 가격을 올리는 것은 건강 증진과 증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분석했다. 2015년 말레이시아가 40%, 2017년 9월 태국이 30% 담배 가격을 인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담배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구당가람, 삼포에르나 등은 모두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담배 기업이다. 담배 가격이 오르면 담배 소비량이 감소해 대기업뿐 아니라 담배 농가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담배 관련 산업 종사자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업계 간부는 인도네시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담배 산업에 세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담뱃값 인상이 밀수 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미 동남아 각국은 밀수된 불법 담배가 확산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말레이시아 법인은 “풍선 효과 탓에 불법 담배 거래가 말레이시아 담배 시장의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 세계적으로 담배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선진국에서는 흡연자가 줄고 있지만, 신흥국 국민은 여전히 담배를 저렴한 기호품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흡연자의 80%가 중·저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