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으며 세계 각국의 최저임금이 일제히 인상됐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줄줄이 최저임금을 올렸거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 18개 주는 올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애리조나 주는 1일(현지시간)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50센트 인상한 10.50달러(약 1만1100원)로 정했다. 2020년까지 12달러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워싱턴 주도 50센트 인상한 11.50달러로 올해 최저임금을 확정했다. 이외에 캘리포니아·하와이·뉴욕·뉴저지·로드아일랜드·버몬트 주 등이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용시장이 개선되면서 미국의 임금은 점차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임금은 전년보다 2.5% 상승했다. WSJ는 고용주들이 근로자를 모으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월마트와 타깃 등 대형 마트들도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을 인상해왔다.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2%대 인상을 유지해온 일본도 올해는 인상 폭을 넓히기로 했다. 일본 재계 대표단체 게이단렌은 회원사에 임금 3% 인상을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 효과와 아베 총리의 요청이 배경이다.
동남아 국가들도 최저임금을 줄줄이 올린다. 미얀마는 최저임금을 33% 인상할 계획이다. 2015년 9월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후 첫 번째 인상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유력 노조가 8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훈센 총리가 앞장서 월 153달러인 최저임금을 170달러 수준까지 높였다.
한국도 임금 인상 흐름에 동참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됐다.
각국이 최저임금을 올리는 추세지만 그 속사정은 다르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 개선과 고용 호조에 따른 인력난으로 인한 인상 성격이 강하지만 동남아는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는 올해 총선을 치른다. 지난해 캄보디아 지방선거에서 대폭 임금인상을 내세운 야당이 약진하면서 올해도 포퓰리즘 경쟁이 예상된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라는 점이다. 캐나다 내셔널포스트는 온타리오 주 식당들이 새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메뉴 가격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한 식당 주인은 “단기간에 수익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직원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업원의 노동 강도가 강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 온타리오 주 재정감시기관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부 기업들은 자동화 비중을 증가시켜 비용을 줄이려고 시도할 것”이라면서 “이는 최저임금 근로자 일부의 실직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높을수록 저임금 일자리 수가 줄어들면서 근로자의 월 소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