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와 관련해 영국이 EU에 요구 사항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EU가 EU-캐나다 모델의 무역협정을 준비할 수 있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브렉시트 협상에 정통한 EU 측 고위 관료는 EU집행위원회(EC)가 최후의 수단으로 EU-캐나다 간 무역협정을 바탕으로 협상에 나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략적인 시기는 내년 늦봄 또는 초여름으로 점쳤다. 그는 “이는 영국 측으로부터 어떤 명확성도 보이지 않다고 여겨질 때를 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와 캐나다 간 무역협정은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으로 지난 9월 잠정 발효됐다. 지난 2009년 시작한 CETA 협상은 5년 만인 2014년에 합의안을 마련했고, CETA의 발효로 양측 간 새로운 무역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CETA는 영국 측이 원하는 영-EU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자유로운 교역 측면에서 크게 부족한 면이 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EU-캐나다 모델에 플러스, 플러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EU는 영국이 먼저 영-EU FTA의 틀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U 외교관들은 내년 3월 EU 정상회의를 전후로 향후 협상에 대한 지침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EU의 미셸 바르니에 수석 협상 대표는 “EU 정상회의 전까지 영국 측으로부터 명확한 입장을 받길 원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적어도 내년 10월까지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행 체제를 구축하기로 바라고 있다.
익명의 EU 측 고위 외교관은 영국이 브렉시트의 환상에서 나오지 않고 명확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브렉시트 라라랜드(La-La land)’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년 1월은 영국의 환상을 부수는 첫 번째 기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와 영국은 내년 1월 브렉시트 이행기간을 의미하는 ‘전환기’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