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 새로운 불안과 혼란의 씨앗을 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랍 지도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의향이 있다고 통보했다. 이는 사실상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으로, 지난 수십 년간 지켜왔던 미국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랍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통보에 한목소리로 이는 매우 위험한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BBC는 전했다.
특히 살만 사우디 국왕은 트럼프에게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거나 여기에 대사관을 이전하는 행동은 전 세계 무슬림에 대한 명백한 도발로 격분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압바스 수반은 “지역과 세계 평화와 안보, 안정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트럼프가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며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 이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며 “그는 6일 공식 연설을 통해 자신의 결정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개신교는 물론 이슬람의 성지다. 이스라엘은 1967년 중동전쟁으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나서 예루살렘 전체가 자국 수도라고 강조해왔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동예루살렘을 미래 수도로 간주하고 있으며 아랍국가들도 절대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이를 바꾸려 하고 있다.
다만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향후 6개월간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을 유예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