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국내법에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날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려던 계획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가 집권 보수당 내 친 EU 의원들의 저항에 직면한 이후 브렉시트에 대한 구체적인 날짜를 국내법으로 정하는 계획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EU 탈퇴법에 2019년 3월 29일 오후 11시로 브렉시트 시점을 설정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10여 명의 보수당 의원을 포함한 친EU 성향 의원들은 EU 측과 협상 연장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이에 반대했다. EU 탈퇴법도 난항을 겪고 있다.
날짜 확정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브렉시트 협상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경우 이 법안이 영국 정부의 활동 범위를 좁힐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도미니크 그리브 의원은 “날짜를 특정하는 것은 영국 정부의 손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관 출신 켄 클라크 의원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국가의 이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브렉시트 협상은 주요 사안에 대한 이견으로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데이비드 리딩턴 법무장관은 날짜 확정 문제에 대해 “다양한 건설적인 제안이 있었으며 정부는 아이디어를 경청한다”고 말했다.
FT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날짜 확정을 제안한 것은 브렉시트에 호의적인 언론 보도를 유도하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보수당 의원들이 정부의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야당인 노동당과 함께 반대를 표명하면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13일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이 최종 도출되면 의회가 이에 대해 찬반 표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친EU 성향 의원들에게 막대한 양보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은 “의원들이 협상을 수정할 수 있으며 정부는 EU와 이를 논의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