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와 관련해 “명의인이 실명으로 (계좌개설을) 했다면 실소유주가 누구든 실명거래로 본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삼성 차명계좌 전환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 “허무명 또는 가명이 아닌 실명이면 법상 실명 전환 대상이 되지 않고 실명법 이후 개설된 것은 과징금 대상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금감원이 제출한 ‘2008년 조준웅 특검 시 차명계좌 실명전환 실태자료’를 근거로 당시 차명계좌로 드러난 1199개 은행·증권 계좌 중 은행계좌 단 1개만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64개 은행계좌 중 63개 계좌는 실명전환이 아닌 계약해지 또는 만기해지됐고 957개 증권계좌 중 646건은 계좌가 폐쇄됐다. 나머지 311개 증권계좌는 유지되고 있지만 잔고가 없거나 고객 예탁금 등이 입금돼 유지되는 상태다.
박 의원은 “조준웅 특검이 밝힌 486명이 1199개 차명계좌에 약 4조5373억 원 상당의 이 회장 차명재산이 예치돼 있었지만 이 중 4조4000억 원을 이 회장이 과징금이나 세금 납부도 없이 찾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과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실명거래법 관련 대법원의 상이한 판결을 두고 금융위 유권해석의 타당성에 대해 논쟁했다. 금융위가 당초 박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1997년 4월 선고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대한 대법관 2명의 보충의견을 근거로 들었기 때문이다. 차명거래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라도 그 명의가 금융실명거래법상 실명(주민등록표상 명의)이라면 이는 기존 비실명자산에 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건희 차명계좌 역시 주민등록표상 실명자의 명의라면 실명전환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박 의원은 “1997년 판결에서 금융위가 인용한 부분은 다수 쪽 대법관 2명의 보충의견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1998년 대법원은 다시 차명계좌는 당연히 실명전환 대상이라고 판결했고 금융위 역시 2008년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 이 내용을 실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1997년과 1998년에 서로 상반된 해석으로 나왔는데 2009년 판결을 보면 최종적으로 1998년 판결이 차명거래 일반에 적용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2008년 내놓은 편람은 더이상 배포하지 않고 있으며 2009년 해석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2008년 종합편람에 기재한 대로 삼성에 실명 전환을 지시하지 않아 4조4000억 원의 면탈을 도왔다는 지적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이건희 차명계좌에서 (주식·자금 등을) 2008년에 다 찾아간 사실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 특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