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현지시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자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한국 최대의 재벌이 정경유착에 휩싸인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자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를 긴급타전했다. CNBC는 이 부회장이 징역 선고를 받은 배경과 한국 사회에서 재벌의 특수성 등을 설명했다.
CNBC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 씨에게 뇌물공여를 한 혐의를 법원이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 대해 정권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박상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지배 하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통합하려 했을 것”이라고 CNBC를 통해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가 삼성그룹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부회장 한 사람의 얼굴이 삼성그룹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칩 사업의 호황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2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삼성은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업체이며 지난 23일 신제품 갤럭시노트8을 공개했다.
반면 이번 재판부의 1심 판결은 오래전부터 정치권과 유착해온 한국의 재벌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아르헨티나그룹의 핸크 모리스 아시아 고문은 “그간 한국 재벌 총수를 대상으로 한 선고에서 ‘3년 이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새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사법부가 반영해 판결하길 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대기업들은 과거 국가의 성장을 책임져왔지만, 한국 국민은 대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할 것으로 정치권에 요구했다고 분석했다. 모리스 고문은 “이번 판결은 한국 정부가 앞으로 가족 승계를 기본으로 하는 재벌에 마냥 호의적이지 않을 것임으로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재벌들은 횡령, 탈세, 사기 등 범죄에서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 비자금 특검 결과 2008년 징역 3년 형, 1100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전 정권은 이 회장을 사면했다. 대우의 김우중 전 회장은 2006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2007년 사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