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선점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라며 급변하는 세계 콘텐츠 시장의 경쟁 구도를 심층 분석했다.
애플은 얼마 전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139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도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고 구글은 한 회당 300만 달러를 투자해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들 IT 기업의 존재는 할리우드와 방송사 등 기존 콘텐츠 제작 업계를 위협하고도 남는다. 이들은 기술력과 콘텐츠뿐 아니라 자금력에서도 월등하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의 예산은 약 3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넷플릭스는 올해 약 60억 달러를 콘텐츠 제작에 쓸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제작자 숀다 라임스와도 계약했다. 애플은 할리우드 출신의 소니 TV스튜디오 책임자를 영입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자체 제작과 동시에 약 140개 기업과 동영상 공급 계약을 맺으며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TV 방송계의 경쟁 구도가 복잡해졌다. 소비자들은 케이블 방송 구독을 끊고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하고 있다. 시청자를 유치하고 광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콘텐츠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셈. 그사이 기존 업체들의 존재감은 실종된 반면 실리콘밸리 기업 간의 경쟁은 심화하는 모양새다.
시장에 진출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본이 필요 없는 쇼 프로그램에 중점을 둔다. 제작비 때문이다. 대본이 있으면 촬영장소 섭외, 배우 출연료 및 보험 가입비, 감독과 작가 임금 등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쇼 프로그램은 적은 자본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며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
페이스북도 드라마 대신 쇼 프로그램을 택한 기업 중 하나다. 페이스북 측은 ‘버첼러’, ‘리틀 프리티 라이어’, ‘스캔들’과 같은 유형의 쇼 프로그램을 제작해 자체 플랫폼 ‘와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드라마 ‘파고’ 시리즈를 방영한 FX의 존 랜드그라프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입할 지, 얼마나 많은 쇼를 살 지 잘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21세기폭스의 전 고위 간부인 데이비드 힐은 “새로운 쇼의 홍수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