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5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건설 이창배(70) 전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다만 법원은 3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벌금 16억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하석주(59) 롯데건설 대표 등 전·현직 임원 3명과 롯데건설 법인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는 하도급 업체와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하고, 나중에 차액을 돌려받아 현금성 부외 자금을 조성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법인세 이익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포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로 세액을 부담하거나 롯데건설이 하수급 업체의 법인세를 보전한 것은 범죄 성립에 중요하지 않다"라며 "범행 당시 법인세 포탈 의식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 전 대표 등에 대해서는 범행에 적극 가담하지 않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비자금을 조성해 회삿돈 302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외자금을 모두 불법적 용도로 사용하고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부외 자금을 관리하고, 대부분 부서에 골고루 분배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불법적인 용도로 부외 자금을 사용한 부분은 전체 비자금 조성 기간과 규모에 비해 극히 일부"라며 "이 전 대표 등이 부외 자금을 사용한 구체적 내역을 밝히지 못한다고 해서 302억 원 모두를 회사 용도 외에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 대해 "롯데건설 대표로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하수급 업체의 이익을 가져와 부외 자금을 조성했다"며 "그 과정에서 약자인 하수급 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가로채고 조세질서·정의를 침해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 등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하도급업체들과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30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25억여 원 상당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