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문제아로 손꼽혔던 국가들이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에 힘입어 속속 채권시장에 복귀하고 있다.
그중 가장 시장의 이목을 끄는 나라는 그리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뇌관’이라고 불렸던 그리스가 이번 주나 다음 주 중 5년 만기 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리스가 국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그리스 채권 발행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쿠폰 금리는 4.5%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망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문제를 해결한 지 1년 만에 27억5000달러 어치의 100년 만기 장기 국채 발행에 성공하자 그리스도 국채 발행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100년물 국채 금리로 8.25%를 제시했으나 실제 발행금리는 7.9%였다. 발행금리가 내려갔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컸다는 뜻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현재 그리스가 국채를 발행하기에 채권시장 여건은 좋은 편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그룹 등 채권단의 구제금융 여부를 놓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한바탕 요동치긴 했지만,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극적으로 결정나면서 채권시장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은행 관계자는 “(그리스와 관련해) 긍정적 모멘텀이 많고, 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면서 “시장이 그리스에 대해 열려있다”고 말했다. 특히 초저금리 여파에 유럽 국가 대부분의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대이기 때문에 채권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그리스 국채에 대한 매력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은행권 소식통은 지난주 그리스가 8억1300만 유로어치의 13주 만기 국채 발행 금리로 2.33%를 제시해 높은 응찰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리스가 지금을 국채시장 복귀 시점으로 잡은 것은 투자자들의 휴가철이 끝나고 9월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투자자들이 업무에 대부분 복귀하는 9월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테이퍼링 가능성, 이탈리아 선거 등이 채권 발행에 부담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리스의 경제와 국채 발행에 대해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그리스는 지난 7년간 구제금융을 받았고, 여전히 채권단의 부채 탕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860억 유로의 구제금융 중 마지막 분할금 지원이 결정됐지만, 그리스를 둘러싼 유럽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