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는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과 관련한 기술 유출 우려를 일축했다.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 3사 중 유일한 반도체 회사인데다 웨스턴디지털(WD)이 SK하이닉스를 결사 반대하고 있어 도시바의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도시바메모리 사업 매각 우선 협상 대상에 SK하이닉스가 합류했지만 (해외) 기술 유출은 막을 수 있다고 ”고 강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시바는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이 이끄는 한미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컨소시엄에는 베인캐피털을 비롯해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한국 SK하이닉스가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업이어서 일본 측 입장에서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만큼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를 고려해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컨소시엄은 도시바메모리 인수가로 2조1000억 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SK하이닉스가 어떻게 합류할지가 초점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쓰나가와 사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매각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 중 대만 기업은 거부하고 한국 기업은 인정한 이유에 대해 “하이닉스는 3개사 중 1개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 뿐으로 의결권이 없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향후 경영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대로 5위다. 기술 개발에서도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도시바에 뒤지고 있어 위기감이 강하다. 하지만 대용량 3D 메모리 양산에 필요한 비용은 수 천억 엔 규모에 달해 단독 투자는 엄두가 안 나는 상황. 그렇다고 수수방관했다가는 상위 기업의 독점이 심해져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이번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한 배경이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에 선정한 건 이율배반적이라는 입장이다. 3년 전 욧카이치공장에서 기술 정보를 빼낸 산업스파이 사건으로 SK하이닉스가 330억 엔의 합의금을 도시바에 지불하고 화해한 적이 있는데, 이는 기술유출을 저지하는 경제산업성의 주장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바와 합작관계에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SK하이닉스의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도 매각 협상의 걸림돌이되고 있다. WD는 같은 반도체 업체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할 경우, 현재 도시바와 합작 운영 중인 욧카이치공장의 생산에 향후 혼란이 될 수도 있어 우려하고 있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한 직후 성명을 통해 재차 매각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SK하이닉스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WD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주식 매각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언젠가 자금이 풍부한 SK하이닉스에 매각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