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는 예로부터 동·서양에 다 있었다. 대부분 둥근 모양이었기 때문에 ‘단선(團扇)’이라는 말이 생겼다. ‘團’은 ‘둥글 단’이라고 훈독하며 ‘원형’이라는 뜻이 있다. 중국의 고전 사극에서 여인들이 들고 나오는 부채가 대부분 원형의 단선이다. 단선이 변화하여 반원(180°), 4분의 1원(90°), 3분의 1원(120°) 등 다양한 모양의 부채가 생겼는데, 여기서 180° 이하의 둥근 모양을 ‘부채꼴’이라고 하게 되었다.
고정된 ‘부채꼴’의 부채에 혁명을 일으킨 것은 우리 조상들이었다. 고려시대에 세계 최초로 접선(摺扇)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접선’의 ‘摺’은 ‘접을 접’, ‘주름 잡을 접’으로 훈독하는 글자이다. 따라서 摺扇은 주름을 잡아 접을 수 있는 부채를 말한다.
송나라 사람 곽약허(郭若虛)의 ‘도화견문지(圖畵見聞志)’에는 “고려의 사신 최사훈(崔思訓)이 신종(神宗) 희녕(熙寧) 병진년(1076: 고려 문종 30)에 접는 부채(摺疊扇:접첩선)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청나라 학자 조익(趙翼)도 “접선이 고려로부터 들어온 것”이라면서 “명나라 영락연간(永樂年間·1403~1424)에 황제의 명으로 이를 모방하여 만들게 함으로써 중국에도 퍼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우리 조상들의 발명품임을 인정하는 기록이다.
반면에 연암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는 “접선을 고려는 일본에서 배웠고 중국은 고려로부터 배워 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접선은 흔히 ‘줄부채’라고 부른다. 주름으로 줄이 접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줄부채는 틀린 말이다. ‘쥘부채’가 맞다. 손 안에 쥐고 다니는 부채라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줄부채’라는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줄’이라는 풀(식물)을 엮어서 만든 부채를 줄부채라고 한다. 접는 부채인 ‘쥘부채’와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