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주택가격 급등 지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투기 단속에 들어갔다. 그것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국세청·지자체 공무원이 함께하는 정부 합동 단속반을 가동했으니 요즘 주택시장 돌아가는 본새가 정상은 아닌 모양이다.
시장이야 그렇다 치고 정부는 왜 집값 오르는 것을 두고 단속까지 벌일까. 그것도 동네방네 소문을 내가면서 말이다.
게다가 무엇을 단속하겠다는 건지 이해도 잘 안 된다. 말이야 분양권 불법 전매를 알선한 부동산중개업소와 분양 현장에 파라솔 쳐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떳다방을 단속하겠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미리 단속을 한다고 공지를 했으니 구린데가 있는 중개업소나 떳다방이 “나 조사하시요”하고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정부가 사전에 단속 사실을 알리면 중개업소들이 문을 잠그고 숨어 버릴 것이라는 점을 정말 모르고 있을까.
그동안 집값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똑같은 수법으로 수없는 단속을 벌여 왔으나 제대로 효과를 봤다는 소리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단속에 대한 소득이 없었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는 효과가 별로 없는 단속 행정을 왜 자꾸 반복할까. 아마 국민들에게 집값 안정을 위해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홍보적인 의미도 있을 게고, 또 하나는 집값을 부추기는 각종 불법행위를 엄단할 테니 조심하라는 엄포성 행정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을 듯 하다.
전시행정이든 뭐든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어느 때부터인가 정부의 투기 단속이 아무 효과가 없는 전시 행정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속된 말로 “또 뻥치고 있네” “그렇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을 모른다는 말인가”라는 비아냥대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번에도 다를 게 없다. 지난해 11.3 대책을 내 놓기 전에 정부는 또 한 차례 대대적인 분양권 불법 전매 단속을 벌인 적이 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불법 전매 혐의가 있는 중개업자들은 일찌감치 몸을 숨기는 바람에 단속반은 굳게 닫힌 업소의 문만 두드려보고 돌아갔다.
불법 행위로 적발된 중개업소도 현장 단속반에 걸린 게 아니라 분양권 구매자의 자금추적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에 또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중개업소에 대한 합동단속 카드를 꺼내들었다.
집값이 자꾸 오른다고 야단인데 정부가 가만히 있으면 “주택시장이 펄펄 끓고 있는데 뭐하고 있느냐”는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한 것 아닌가 싶다.
정부가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는 중에도 분양권 불법 전매는 암암리에 이뤄진다. 사무실이 아니라 다른 은밀한 장소에서 계약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시세보다 싸면 불법 분양권이라고 해도 서로 구입하려고 달려드는 분위기인데 중개업자가 이를 놓칠 리가 만무하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짜면 불법이라도 얼마든지 거래가 가능한 구조여서 별로 개의치 않는다. 서로 윈윈하는 장사인데 뭔들 못하겠는가.
이는 중개업소 단속 등을 통해 불법 거래를 막겠다는 정부의 전략은 별 의미가 없으니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금만 머리를 쓰면 불법 행위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데도 계속 고전적인 전시행정에 매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자금출처만 철저히 살펴도 어지간한 사안은 다 드러난다.
이것뿐만 아니다. 적발이 됐을 경우 처벌이 엄해야 불법행위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위법 행위가 발각돼도 벌금 몇 푼만 물면 그만이다. 매도자나 매수자에 대한 처벌도 마찬가지다.
처벌 강화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불법 투기행위 근절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