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는 자리에 또다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후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독일 기자가 오바마 도청 의혹을 제기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농담처럼 자신과 메르켈은 오바마 정부에 도청을 당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수년 년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메르켈 총리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지난 2010년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논란이 됐었다는 점에서 오바마로부터 도청 당한 자신과 공통의 피해자란 이야기다. 기자회견장에서 옆에 있던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돌발 농담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언론에 날 선 태도를 보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폭스 뉴스 앵커 앤드류 나폴리타노의 보도를 인용해 영국 정보기관이 미 대선 기간 트럼프를 도청했다고 말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어떤 매우 유능한 법조인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며 이 말의 책임은 폭스 뉴스에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에 대해 영국 정보기관은 즉각 “넌센스”라고 반박했으며 폭스뉴스 측도 나폴리타노의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독일 기자가 “왜 뉴스와 언론의 다양성을 그렇게 겁내고, ‘가짜뉴스’ 주장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청을 지시했다는 결국 입증할 수 없는 말을 그렇게 자주 하는가”라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점잖게 친절하게 말하라”며 받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