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이익 등 실적이 시장 전망을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한 데 이어 2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왕좌도 탈환했다.
애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4분기 만에 성장세를 회복하며 매출과 아이폰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리서치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17.8%로, 17.7%의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양사 점유율 격차는 1년 전만 해도 8%포인트에 달했는데 애플이 단숨에 역전한 것이다.
삼성과 애플은 고급형 스마트폰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는데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로 삼성이 주춤하면서 애플이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갤럭시노트7과 경쟁하는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 판매가 급증하면서 아이폰 평균 단가는 지난해 4분기에 694달러(약 80만3650원)로, 전분기보다 76달러 높아졌다. 대화면이 아닌 아이폰 모델 매출 자체가 보합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화면 모델이 전체 판매를 견인한 셈이다. 반대로 삼성 갤럭시노트나 아이폰7플러스 등 대화면 스마트폰과 경쟁하는 태블릿 아이패드는 젼년보다 판매가 19% 감소하는 등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애플은 실적 호조에 이날 주가가 6.1% 급등한 128.75달러로 마감해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맞아 올해 내놓을 이른바 아이폰8과 중국시장 성장세 회복이 애플의 제2르네상스가 시작될지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모델인 아이폰7이 이전 제품보다 뚜렷하게 나아진 점을 보이지는 않아 아이폰8이 획기적인 도약을 보여주지 않으면 애플의 혁신을 이끄는 능력이 죽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
또 애플의 주력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매출은 지난 분기에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오포와 비보 등 저가폰의 공세가 거세지고 화웨이가 고가폰에서 애플에 정면 도전장을 내미는 등 현지 라이벌이들이 너무 강해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갤럭시노트7 발화로 고전하던 삼성도 회복세를 타고 있다.
정치적인 변수도 애플에는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애플에도 자국에서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현지 공장 건설을 촉구하고 있지만 애플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또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애플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