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반 전 총장이 이렇듯 선택을 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권력을 나눌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결정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반기문 전 총장이 이번 대선에서 권력을 나누는 것을 거부한다면 연대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빅텐트를 만들기 힘들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당에 들어가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권력을 나눌 의사가 있다면 빅텐트를 만들 수 있고, 빅텐트를 만들면 여러 정치 세력과 역할 분담을 할 수 있어 굳이 특정 정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반 전 총장이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에도 반 전 총장은 ‘공부’에 열중했다고 하는데, 이는 반 전 총장이 일단은 홀로 정책을 발표할 마음이 있는 것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만일 반 전 총장이 역할 분담을 통한 공동 정권에 관심을 둔다면 홀로 정책을 입안하려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손학규 전 대표나 정의화 전 의장 등을 먼저 만났어야 했다. 물론 반 전 총장의 이런 생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월요일에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이달 18~19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7%), 스마트폰 앱(41%), 무선(32%)·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 전화(90%)·유선 전화(10%) 병행 RDD 및 임의 스마트폰 알림 방법으로 실시한 이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19%로 오히려 빠졌다. 일반적으로 반 전 총장의 귀국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경우 최소 2주 정도의 켄벤션 효과를 누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지지율을 보면 반 전 총장은 켄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반 전 총장 자신이 이른바 빅텐트를 만들려고 해도 여의치 못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율이 더 빠지기 전에 먼저 빅텐트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제반 정치 세력을 모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 정책 개발에 주력하면 지지율 반등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지지율 반등에는 차분한 정책보다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지율이 더 빠지면 정당에 입당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결단을 미루면, 결국 빅텐트도 물 건너가고, 입당도 어려워지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의 행동은 빨라져야 한다. 제때 결단을 내리는 것도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이자 덕목이다. 이번 기회에 반 전 총장이 이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