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올해는 정치적 지진의 해였다”

입력 2016-12-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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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슨 디턴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수상자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앵거슨 디턴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수상자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클린턴가의 시대가 끝난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슨 디턴 전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디턴 교수는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올 한해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정치적 사건인 미국 대선 결과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디턴 교수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중 누구에 표를 던졌을까. 그는 “선거제도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클린턴을 좋아하는 척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라면서도 “마지못해 클린턴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가 정치 엘리트들의 오만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에 분노를 느껴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디턴과 인터뷰를 진행한 FT 세계 무역 분야의 전문 에디터인 션 도난은 “디턴 교수는 올 한해 ‘정치적 지진’에 대해 심도있게 설명해줄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디턴 교수는 영국과 미국 시민권을 모두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디턴 교수는 경제개발, 빈곤, 불평등과 경제성장 간 관계에 대한 연구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디턴의 의지와 상관없이 디턴의 연구 업적들은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에 날개를 달아줬다. 포퓰리즘 선동가들이 기성 정치에 불만을 느낀 유권자들에 반(反) 체제와 불평등의 증거로 디턴의 연구 결과들을 제시했기 때문. 특히 디턴의 백인 관련 보고서는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 노동자 층의 분노를 자극했다. 디턴은 공동 연구자이자 자신의 아내 앤 케이스와 함께 1999년부터 2013년 사이 미국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증가했으며 특히 저학력 백인층에서 마약·알코올 관련 사망률이 81% 증가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디턴 교수는 지난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심장(감성)에 이끌려 브렉시트에 투표하면 두뇌(이성)가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브렉시트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의 연구결과는 트럼프에 날개를 달아줬지만 정작 디턴은 트럼프가 외치는 반 세계화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디턴 교수는 “개인적으로 세계화로 일차적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10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세계화의 결과로 가난에 빠지게 됐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화는 로봇이 주는 위협에 근처도 못간다”고도 했다.

그는 행복도는 소득이 연간 7만5000달러가 될 때까지 꾸준히 올라가다가 이 금액을 넘어가면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트럼프가 행복했을 거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는 항상 자신의 인상과 자신이 한 일들이 위대하다고 자평한다. 그것은 모두 소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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