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구기관 중에서 내년 경제를 가장 암울하게 보는 곳은 한국경제연구원이다. 한경연은 18일 내년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2.1%로 낮췄다.
한경연은 “트럼프 당선 등으로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정치 반세계화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교역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도 정책 수단 운신의 폭이 올해보다 제한적이어서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의 자국 중심주의 정책 추진과 함께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10월) 등에서 극단주의 정당의 약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글로벌 교역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재정적자 누적으로 국가 부채가 많이 증가한 상태에서 세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적으로는 통화, 재정, 환율 등 정책 수단의 운신이 제한돼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3.0%로 가장 높게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사실상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계획이다.
코시 마타이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부국장은 이달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리뷰’ 간담회에서 “아직 4분기 지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 경제 지표를 보면 ‘아마도(probably)’ 우리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10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발표했다. IMF가 4월과 10월 등 1년에 두 차례 성장률 전망치를 내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4월에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국책연구원인 KDI도 내년 성장률을 5월에 발표한 2.7%에서 확 낮춘 2.4%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2.4%에는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미칠 영향은 아예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10월에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낮춘 한국은행도 더 낮출 태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월 전망 이후로 내년 경제성장률의 상방 리스크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 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현대경제연구원은 2.6%, 국가미래연구원 2.3%, LG경제연구원 2.2%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