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게 대기업 후원금을 조성해 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28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48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모금 과정이 아직도 자발적으로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는 최 씨와 친분이 있는지, 두 재단의 실 소유주가 최 씨인 것을 알았는지, 안종범 청와대 수석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과 박모 전무를 불러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조성 경위와 청와대 개입 여부를 추궁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미르재단이 30개 기업으로부터 총 486억 원을, K스포츠재단이 49개사로부터 288억 원을 넘겨받는 업무를 사실상 총괄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입건하지 않고, 기초조사를 벌인 뒤 추후에 혐의점이 발견될 경우 다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이 부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출연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26일 전경련 빌딩 47층에 있는 이 부회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기록·장부 등을 다량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최 씨 관련 사안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하면서 가세한 특수1부 소속 검사들은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 경위를 밝히는 부분에 집중하고, 기존 형사8부를 중심으로 한 수사팀은 두 재단을 통한 거액의 출연금 조성 과정과 사용 내역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 재단이 공시한 출연금 내역에 따르면 미르는 30개사에서 총 486억 원을, K스포츠는 49개사에서 288억 원을 받았다. 합계 10억 원 이상을 출연한 기업은 △삼성 204억 원 △SK 111억 원 △현대차 82억 원 △LG 78억 원 △포스코 49억 원 △롯데 45억 원 △GS 42억 원 △한화 25억 원 △KT 18억 원 △LS 16억 원 △CJ 13억 원 △두산 11억 원 △대한항공 10억 원 순이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종범 청와대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 기업들이 할당해서 낸 것"이라는 대기업 관계자의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최 씨의 최측근 인사였던 고영태 씨를 전날 불러 밤샘 조사를 벌였다. 고 씨는 27일 오전 태국 방콕을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고 씨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에 개입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미르재단 실세로 지목된 차은택 씨를 최 씨에게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