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회장은 22일 경기 판교 본사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의 해외 기술수출 계약은 수년간 신약 R&D(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조유전체학 기반 신약 개발업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1월 소염진통제 아셀렉스의 해외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터키를 포함한 중동, 북아프리카 권역의 19개국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총 6300억 원 규모의 계약이다.
동아에스티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아셀렉스는 지난해 전 세계 3조 원의 매출을 올린 쎄레브렉스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판매액을 올렸다. 특히 200mg를 사용하는 쎄레브렉스에 비해 2mg으로도 우수한 약효를 나타내 관심을 끈다.
6월에는 미국 바이오벤처사인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전임상 개발 중인 급성골수성백혈병 신약 후보물질(CG026806)에 대해 3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전임상도 안 마친 물질의 수출 계약은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급성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의 계약 규모는 3억300만 달러로 지난해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이후 가장 큰 규모이다”라며 “벤처기업도 빅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아직 성공 모델은 아니다. 성공 모델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내년에도 최대 2건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라이선스 아웃 후보 물질은 암세포 특이 분자 표적 항암제(CG200745)와 슈퍼박테리아 박멸 항생제(CG400549)다.
분자 표적 항암제는 2개의 질환 표적을 동시에 저해하는 유일한 치료제로 내년 하반기나 2018년 초 임상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멸 항생제는 현재 임상 2a상이 완료됐다. 약효 증명을 세계 최초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알츠하이머 후보물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암, 비만, 파킨슨병, 대머리 등 치료제가 없는 질병이 많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알츠하이머 후보물질은 개발 단계부터 라이선스하겠다는 다국적 회사가 세 곳이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조 회장은 “구조 규명을 통한 신약 발굴 과제는 아주 많다. 전 세계 6조 원 규모의 빈혈 치료제도 선점하려 하고 있다”며 “현재 빈혈 치료는 주사를 통해서만 치료되는데 입으로 먹는 약을 개발하면 가격도 싸고 환자의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 노력은 정부를 움직였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 사업에 선정됐다. 신약 제품 개발에 1년간 7억5000만 원의 정부지원을 받는다. 현재 진행 중인 3가지 임상 개발도 100%는 아니지만 모두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전 세계 제약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약 1104조 원)에 달한다며 정부의 신약R&D 투자 지원은 향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유엔(UN)본부가 21일(현지시간) 열린 ‘제71차 유엔총회 항생제 내성 고위급 회의’에서 항생제 문제의 국제 공조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1년에 슈퍼 박테리아로 2만3000명이 죽는다고 한다. 2050년에는 10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더 높은 수치다”며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 게 바이오 기술이다. 이는 인류가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앞으로 시장은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07억 원, 영업이익 1억5925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0년 7월 회사 설립 이후 16년 만에 첫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16년 적자를 해소하고 흑자 기조로 돌아선 조 회장은 여전히 “수익이 나면 100% 신약R&D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내년부터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한 해 전체 운영비가 120억 원인데 그중 순연구 개발비가 70억원 내외이다. 혁신가치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회사의 신조다. 수익이 나면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나머지는 신약R&D에 재투자할 것이다. 성공하면 고성장 기업가치가 증명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