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한진해운의 운명이 채권단에 의해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며 채권단에 전권을 부여했다. 이제 마지막 방법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부족자금을 모두 조달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29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 때와 달리 신규자금을 투입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명분이 없다”며 “지금은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진해운 신규자금 투입과 관련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청문회 정국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 1일 개원하는 20대 첫 정기국회는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 등이 예정돼 있다. 정부가 한진해운 구조조정에 개입할 경우 정치적 이슈로 번질 수 있어 채권단에 전권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채권단의 완강한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아 금융권 파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세계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줄어 해운업 타격도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이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것을 대비해 여신 건전성 기준을 ‘회수의문’으로 하향하고, 대손충당금을 100% 쌓는 등 준비를 마쳤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이미 보유한 여신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쌓았는데, 오히려 신규자금 지원이 들어가면 추가손실”이라며 “법정관리로 가는 수순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에 대한 국책은행과 주요 시중은행들의 총 대출 규모는 1조330억 원이다. KDB산업은행이 6900억 원, 한국수출입은행이 500억 원으로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KEB하나은행이 892억 원, NH농협은행이 761억 원, 우리은행이 697억 원, KB국민은행이 580억 원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은 한진해운 여신을 모두 충당금으로 적립한 상태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조 회장이 막판에 생각을 바꿔 부족자금 전부를 조달하면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지난 26일 채권금융협의회를 개최해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지속 여부와 신규자금 지원 의향을 채권단에 부의했다. 채권단은 30일까지 동의 여부를 제출해야 한다.
채권단이 신규자금 투입에 반대하면 한진해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황윤주·홍샛별 hyj@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