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었는데도 동결 결정을 내렸다.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올들어 5번째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25~0.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에서는 가급적이면 증시를 떠받치는 방향으로 금리를 조절하는 연준(그리스펀 풋)의 관례와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이치은행의 앨런 러스킨 거시경제전략가는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12월의 기준을 적용했다면 충분히 인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역가중치를 반영한 달러 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 조치 이후 0.7% 하락했고 국채 금리도 크게 떨어졌으며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 지적이다.
FOMC 자료에서도 우려했던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브렉시트) 결정과 중국의 경기둔화 및 위안화 절하로 인한 세계경제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지출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고 물가도 중기적으로 2%에 접근할 것으로 연준은 보고 있다. 미국 경제의 내부적 불안요인이라면 기업 투자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다.
결국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비눌기파적인 성향이 충분히 반영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내부 경제여건이 강해졌고 세계경제불안이 진정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옐런 의장의 신중한 자세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경제여건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해 다음번 정례회의(9월)시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론 연준은 인상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윌밍턴 트러스트사의 루크 틸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9월 회의 때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 6월 회의 때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이 결정되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에스더 조지 캔자스연방은행 총재가 0.25% 인상을 주장하면서 금리동결을 반대한 점도 9월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준의 성명서가 발표되기 직전의 연준 펀드 선물 가격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기준금리가 올 12월에 1차례 인상될 가능성을 50%로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의 향방은 내달 26일 캔자스연방은행에서 열리는 경기동향 심포지엄에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심포지엄에서 옐런 의장이 경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발언을 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