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주요 선진국 국채 인기가 높아지면서 금리가 기록적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10년 만기 국채(분트)를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독일은 이날 40억3800만 유로 규모의 10년 물 국채를 평균금리 -0.05%, 쿠폰 금리 0%에 발행했다. 이에 이날 발행된 10년 만기 독일 국채를 산 투자자는 정부로부터 이자를 받지 못하며, 만기 때까지 해당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면 오히려 투자한 금액보다 덜 돌려받게 된다. 즉 투자자들이 독일정부에 돈을 빌려주면 이자는커녕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국채 유통시장인 2차 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오를 때 국채를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독일이 1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기가 10년 미만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된 적은 있지만 10년 만기 유로존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된 것도 독일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일본과 비(非) 유로존인 스위스가 10년 만기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미국도 이날 120억 달러 규모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을 사상 최저 금리인 2.172%에 발행했다. 기존 최저 금리였던 지난해 1월의 2.43%보다 0.258%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독일 10년 물 국채가 유럽 국채시장 전체에서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독일의 이번 행보가 다른 나라의 국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발행 금리가 낮아진 것은 그만큼 국채 수요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독일 등 선진국 국채 수요가 늘어난 것은 브렉시트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신임 총리가 취임하며 당초 9월 초까지 예정됐던 총리 경선 일정이 단축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들긴 했지만, 투자자들이 아직 안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