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구조조정과 재정정책의 결합

입력 2016-07-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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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내리고 국가재정을 20조 원 확대해 지출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10조 원의 추경 편성에 10조 원의 공공부문 지출을 추가하여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사업을 벌여 경제성장률을 0.2~0.3% 끌어올릴 계획이다. 재원 조달은 국채 발행 없이 20조 원 전액 세수 증액으로 충당한다.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 그러나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고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는 3대 악재에 휘말려 있다. 우선 정부가 구조조정 정책을 펴고 있어 실업자 양산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곤두박질하여 경기침체가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브렉시트 사태가 발생하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상태에서 재정지출의 확대는 구조조정의 불안을 해소하고 경기침체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은 재정확대 규모만 제시했을 뿐 경제불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크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순서가 올바르지 않은 것이다. 재정확대 정책의 주요 목적이 구조조정의 피해를 막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종합적으로 확정하여 먼저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증가, 지역경제 침체, 성장률 하락 등의 문제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응조치들을 내놔야 한다. 그런 다음 대응조치들을 취하는 데 필요한 재정자금을 마련하여 투입하는 것이 수순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조선과 해운업에 대해 기업이 자구 노력을 할 경우 12조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인수와 합병, 계열사 처분 등을 통해 해당 산업을 살리는 근본적인 산업구조 개편 방안이 아니다. 더구나 철강, 석유화학 등 다른 부실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은 내놓지도 않았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방안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일단 자금을 풀자는 것으로, 자칫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부실기업을 지원하여 국가재정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경제가 심각한 불안상태에 처해 있음을 감안할 때 재정확대 규모가 작다. 우리 경제는 내면적으로 산업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조선과 철강을 필두로 하여 주력산업이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 경제의 추격의 틈바구니에 끼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18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수출 실적이 이를 입증한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이 넘어 내수시장은 얼어붙은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20조 원의 재정확대로는 구조조정의 급한 불을 끄는 것 외에 다른 사업을 하기 어렵다. 최경환 전임 경제팀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 41조 원 규모의 재정확대 정책을 편 바 있다. 결과는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가계부채만 증가한 것이다. 재원 조달 방법이 세수 증액이라는 것도 문제이다. 세금을 더 거둬 재정 지출을 늘리면 민간부문의 투자나 소비가 같은 금액만큼 줄어드는 구축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재정확대의 경기활성화 효과에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산업의 붕괴 위기로 인해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통화 공급을 확대해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고 경기가 계속 침체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지고 시중에 부동자금이 950조 원이나 돌고 있어도 경제성장률은 계속 하락세이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 산업 구조조정과 재정지출 확대이다. 산업 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을 퇴출하거나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다시 만들어 산업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는 정부가 직접 필요한 투자와 소비를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과 재정지출 정책을 효과적으로 결합할 경우 경제는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에 급급하여 재정확대 정책을 막연한 돈 풀기 정책으로 펴면 부실기업의 연명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산업 구조조정은 거꾸로 갈 수 있다.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먼저 내놓고 재정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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