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기 업계가 이란에서 불꽃 튀는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 에어버스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보잉이 이란과 대규모 항공기 구매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보잉은 이란으로부터 항공기 100대를 수주하기로 합의했다고 19일(현지시간) AP통신이 알리 아베드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베드자데 청장은 이날 이란 국영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의 몇 단계의 협상을 거쳐 보잉 여객기를 구매하기로 서면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계약금액이 총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액 등 구체적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주 계약이 최종 결정되면 보잉은 지난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처음으로 여객기를 수출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건은 여전히 미국 재무부 등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보잉 대변인은 이란과의 계약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AP통신에 “정부가 이번 합의 계약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1월 핵프로그램 합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풀리고 나서 낡은 항공기의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수년간 경제 제재 때문에 항공기와 부품을 수입할 수가 없어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허덕였던 항공기 업계에 이란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란 항공사들은 현재 약 60대의 보잉 여객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여객기 대부분은 1979년 이전에 구매한 것이다. 현재 이란 내 250대 상업용 비행기 가운데 약 150대가 날고 있지만 나머지는 부품이 부족해 지상에 있는 상태다. 아베드자데 청장은 “우리는 현재 250대를 보유했으나 이 중 230대는 교체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란은 이미 지난 1월 에어버스와 항공기 118대를 약 270억 달러에 구매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당시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 항공사인 ATR도 이란과 20대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에 보잉도 경영진들이 지난 4월 이란을 방문하는 등 시장 진출을 서둘러왔다. 당시 이란 항공당국 관계자들은 보잉이 737과 787, 777 등 여객기 3개 기종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AP는 보잉이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에 진출하는 첫 미국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 이번 계약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