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산업은행 본점 팀장 A씨가 디지텍시스템스에 250억원 규모 대출을 돕고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A씨는 대출을 돕는 대가로 당초 2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수출입은행과 대형 시중은행에서 7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디지텍시스템스 임원에게 7억여원을 받은 브로커 2명이 구속됐다. 무역보험공사에서 5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서 발급을 알선한 명목으로 3억원 수준의 뇌물을 받은 또 다른 브로커의 존재도 드러나 수사 중이다.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의 부실한 재무상태에 비해 과도한 대출이 실행된 점에 주목하며 10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에서 대출이 실행된 2013년 디지텍시스템스의 매출액은 2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억원대 흑자에서 220억원 적자로 추락했다. 2013년 3분기까지 88%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같은 해 4분기에 535.42%로 치솟기도 했다.
의심스러운 재무상황에도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말부터 2013년 5월 산업은행에서 250억원을 비롯해 수출입은행(300억원), KB국민은행(250억원), 농협(50억원) 등에서 약 1000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2014년 6월 기준 해당 채무들은 전혀 상환되지 못하고 자산관리회사로 넘어간 상황이다.
이에 허위 매출채권으로 3조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모뉴엘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디제텍시스템스의 전 경영진은 씨티은행에 가짜 매출채권을 주고 거액을 대출하는 등 회사 돈 횡령과 배임으로 지난해 말 실형을 선고받았다.
디지텍시스템스는 모뉴엘과 마찬가지로 2013년 상반기 수출입은행이 지정한 ‘히든 챔피언’ 기업이었으나 이듬해 4월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2015년 1월에 상장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