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인에 '공격투자형' 상품을 권유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잃게 한 투자사가 손실금 일부를 배상하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4단독 박상구 판사는 최모(92)씨가 하나금융투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하나금융투자는 최씨에게 손실금 일부인 1369만9639원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에 따르면 최씨는 2010년 하나금융투자 직원 김모씨의 권유로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에 가입했다. 랩 어카운트는 투자사가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며 그로 인한 수익 및 손실을 고객에게 귀속시키는 상품이다. 투자위험도 분류상 '초고위험, 공격투자형'에 속한다.
김씨는 최씨가 10년간 안정성 위주 상품에만 투자해 온 '일반 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임의로 작성해 최씨를 위험성이 높은 랩 어카운트에 가입시켰다.
최씨가 이 상품 약정 기간인 2년 동안 2000여만원을 잃게 되자, 이 회사 직원 이모씨는 최씨에게 또 다른 랩 어카운트 상품을 권유했다.
최씨는 투자 위험이 큰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 것을 제한사항으로 걸고 이씨와 계약했지만, 이씨는 이를 무시하고 최씨의 자산을 코스닥 주식에 수차례 투자했다.
결국 최씨는 2000여만원을 추가로 잃게 됐다. 노후자금으로 모아뒀던 7000여만원이 3년새 절반도 채 안 되는 3000여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박 판사는 "최씨가 고령으로 인해 금융지식이나 투자판단능력에서 취약할 수 있다"며 "하나금융투자 직원들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랩 어카운트 상품을 권유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판사는 "최씨가 직원들의 말만 믿고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아보지 않아 손해가 확대됐다"면서 배상책임을 손해액의 35%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