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3연패하는 것을 지켜본 중국 1위 커제(19) 9단이 “같은 조건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12일 연합뉴스가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커제 9단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알파고의 바둑은 거의 완벽했고 실수한 곳이 없었다”면서 “(알파고가) 약간 두렵다”고 말했다. 커제 9단은 지난 9일까지만 해도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그는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 뒤 웨이보에 “알파고가 이세돌은 이겼지만 나를 이길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인민일보는 커제가 세 번의 대국을 지켜보고 나서 약간 동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커제는 최근 여러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최강자들을 잇달아 패배시키며 세계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세계대회에서 이세돌 9단에게 잇달아 패배를 안기며 이세돌 9단의 ‘천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커제를 지난 세계 테니스계를 제패한 세르비아 출신 노박 조코비치와 비교하며 바둑계의 조코비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커제를 지목하며 구글 알파고를 막아설 바둑 고수로 이 9단을 선정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기고문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기도 했다.
커제는 “알파고와 대결하면 아주 세밀한 작전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기존 바둑 스타일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나는 여전히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중국 내 바둑고수들도 커제 9단 역시 알파고를 이기기 어렵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구리 9단은 이날 관전평에서 “한 개의 (바둑고수) 부대는 괜찮겠지만, 한 명은 (알파고의) 적수가 될 수 없다”며 “최소 5명의 9단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바둑 국가대표팀 위빈 감독도 지난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 끝난 뒤 가진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만약 커제가 대결을 한다면 대체로 (이세돌보다) 좀 더 나을 수 있지만, 반드시 이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홍콩 봉황망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 10명 중 8명은 ‘커제가 진다’ 혹은 ‘(커제의 승리가)불확실하다’고 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