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2년 만에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과 동일한 배럴당 30.41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48센트(1.52%) 내린 배럴당 31.07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날 WTI는 개장 직후 배럴당 30달러를 웃돌다가 한때 29.93달러로 4.7% 떨어졌다.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진 건 200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WTI 가격은 이후 소폭 반등해 전일과 같은 수치로 마감했다. 롤러코스터 장세 때문에 일각에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인 CNBC가 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WTI의 종가를 30.41달러로 보도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유가 하락은 13일 발표되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원유 재고 통계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원유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면서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조사에서는 지난주 미국 재고는 200만 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IA는 이날 올해와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50달러 미만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예상치는 낮춰잡았다. EIA는 올해 WTI 평균 전망치를 기존 50.89달러에서 38.54달러로, 브렌트유는 기존 55.78달러에서 40.15달러로 크게 낮췄다.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850만 배럴로 예측했다.
이같은 전망은 주요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만연한 가운데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시장에서는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등 여러 금융 기관은 전날 유가 전망을 하향하는 등 원유 시장에 신중한 전망을 나타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화가 현재 수준보다 5% 정도 강세를 보이면 국제유가는 10∼25%가량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태라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25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BoA 메릴린치 역시 올해 평균 국제유가 전망치를 종전 48달러에서 45달러 수준으로 낮추고, 국제유가가 일러도 올해 하반기 이후에야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