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겪은 20대男, 유부녀 여친 집착해 결국 살인

입력 2016-01-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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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이]

이모(29)씨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외조부모에게 맡겨졌다.

초등학교 때는 어머니와 친척들에게 번갈아가며 맡겨져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통에 학교도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다시 외조부모와 함께 살게 된 그는 사춘기가 되면서 술에 입을 대기 시작했고 고등학생 때는 또래들과 어울리며 패싸움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다녀온 뒤 그는 다시 어머니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거액의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학교에 복학하지 못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궁핍한 환경에 지쳐가면서 어머니와 갈등이 잦아졌다.

결국 집을 나와 일용직으로 일하며 여기저기를 전전하다 지난해 4월 지인의 소개로 유부녀인 A씨를 만나 내연 관계가 됐다.

그러나 이씨는 A씨가 다른 남자들과 연락을 한다고 생각해 불만을 품었고, A씨는 이씨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늦은 시간에도 전화해 곤란하게 한다며 자주 다퉜다.

A씨는 그만 헤어지자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이씨는 계속 매달렸다.

그렇게 한 달여 만남이 이어지다 일이 터졌다.

A씨가 관계를 정리하려고 만남을 거부하자 이씨는 A씨의 집을 찾아갔다. 말다툼 끝에 격분한 이씨는 흉기로 A씨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1심은 "피고인은 범행 후에도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하려고 피해자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등 범행을 후회하거나 자책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이씨의 뇌영상 검사로 정신 상태를 분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에도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경계성 인격장애의 전형적 증상을 보였다"며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당한 것이 발병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씨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점, 심각한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도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죄질이 극히 나쁘고 피해자 유족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며 엄벌을 탄원하는 점에 더 무게를 두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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