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낮은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하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ECB가 3일(현지시간) 정례 금융정책회의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ECB가 이번 회의에서 주요 금리의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고 양적완화 규모를 키우거나 시기를 연장할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관측 속에서 최근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단기 국채 가격이 올랐다.
특히 투자자들은 ECB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ECB는 지난해 6월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채용했고 3개월 후인 9월에 시중은행이 ECB에 예치하는 자금에 부과하는 예금금리를 -0.2%로 인하했다. 당시 한계대출금리는 0.3%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0.05%로 낮추고 지금까지 주요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예금금리를 최소 0.1%포인트 이상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적완화 규모는 현재 월 600억 유로(약 74조원)에서 100억~50억 유로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까지 손을 대면 유로·달러 환율 하락세가 커져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 등 더 큰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어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동안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지난 10월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인하가 다시 검토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유로·달러 환율은 10월의 1.14달러대에서 현재 1.06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2년물 독일 국채 수익률도 급격히 하락해 현재 -0.44%로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스탠더드라이프의 잭 켈리 국채 펀드 부문 대표는 “금리인하는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양적완화보다 더욱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온 물가지표는 ECB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시장 예상도 밑돌아 더욱 부양책 기대를 키웠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올랐다. 전문가 예상치는 0.2% 상승이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0.9%에 그쳐 1.1%를 기록한 전월과 같을 것이라던 시장 전망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