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과 분식회계 등 8000억원 대 기업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형의 중형이 구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 부장판사)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배임ㆍ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하고 함께 기소된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46) 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에 벌금 150억원을, 이상운(63) 효성 총괄 부회장에게는 징역6년에 벌금 2500억원을 구형했다.
◇"회사를 사적 소유물로 만들어" vs "회사 위해 불가피" =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조 회장이 대주주라는 점을 이용해 회사를 사적 소유물로 전락시켰음에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조세포탈과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외환위기 당시 회사와 임직원을 살리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개인적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도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만약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집행유예를 달라"고도 덧붙였다.
조 회장은 재판 끝 무렵에 옆 사람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모든 것은 저의 불찰이다, 회사 임직원은 회사일을 성실히 수행한 것밖에 없다. 부디 너그러운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수사 시작되고서야 알았다' 막판 혐의 부인…재판부 판단은 = 재판부는 내년 1월 8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 있어 연말에 살펴본 후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검찰은 조 회장의 범죄 액수가 분식회계 5010억원, 탈세 1506억원, 횡령 690억원, 배임 233억원, 위법 배당 500억원 등 총 79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했던 조 회장 측은 법정에서 혐의의 상당부분을 "알지 못했다"며 부인함에 따라 선고 결과에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히 조 회장 측은 액수가 가장 큰 분식회계에 대해 경영상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분식회계는 세금포탈이나 비자금 조성이 목적이 아니라 '회사의 생존'이 걸려 있어 어쩔 수 없이 부실을 숨겼다는 주장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임직원과 친인척 229면의 명의로 개설된 468개의 차명 계좌로 효성과 카프로 주식을 매입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부분에 대해서도 "24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모두 납부했고, 회삿돈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부정행위가 없었다"며 고의성을 부정하고 있다.
효성이 홍콩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중국법인과의 거래과정에서 '해외기술료' 명목으로 부외자금을 형성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 회장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효성이 CTI와 LF 두 해외법인을 통해 '한국카프로락탐(카프로)' 지분을사고 파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CTI와 LF가 페이퍼 컴퍼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