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조선업에 진출하려는 결정은 석유화학 부문과 플랜트 부문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험 미숙으로 대규모 손실을 봤지만, 기술력 만큼은 업계 선두인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그동안 석유화학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수ㆍ합병(M&A)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 측은 올해 중순 석유화학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의 매각을 시도하다 자진 철회했다. 이는 합작회사가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 영향도 있지만, 당시 옥중이었던 최 회장의 의중이 최종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의 매각 철회를 계기로 해당 사업의 경쟁력 강화로 선회한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후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면밀히 살폈다. 그는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삼성그룹의 화학사업 부문의 인수도 검토했다. 결국 인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해당 사업의 시너지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석유화학과 플랜트를 결합, 시너지를 꾀하려는 데는 대우조선해양을 과거에 비해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기준 이 회사의 종가는 6530원으로 5년 전보다 78.7%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으로 2010년 대비 10분의 1로 줄었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부실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도 많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대금을 이미 반영했다.
반면 SK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부에서 이 회사를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앞서 지난달 SK텔레콤을 통해 유선방송사업자(SO)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가 케이블TV 업계 선두를 인수하면서 업계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는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이 기간 통신 사업자간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인가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SK그룹이 넘어야 할 고비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동종 산업분야의 통합,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대기업 M&A에 정부의 입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