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다시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마이웨이’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롯데면세점 두 곳(소공점·잠실 월드타워점)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오는 12월 운영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롯데면세점 두 곳(소공점·잠실 월드타워점)을 지키기 위해 그룹 총수임에도 직접 현장에서 특허 유치전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두 곳의 연매출이 2조6000억원에 이르는데다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 이익의 80%이상이 롯데면세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 신 회장이 전면에 나선 까닭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롯데 기업의 정체성 논란으로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신 회장은 오는 12일 오전 인천 운서동 롯데면세점 통합물류센터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롯데면세점의 ‘상생 2020’ 비전을 직접 선포할 예정이다.
이 계획의 요점은 향후 5년동안 롯데면세점이 사회공헌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차원에서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막대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의 비전 선포 이후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면세 물류’ 경쟁력의 상징인 인천통합물류센터를 배경으로 서울 롯데면세점 두 곳의 특허 재승인을 위해 마련한 전략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작심한 듯 “롯데면세점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 업체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한다”며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면세점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8일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날 오전 11시 긴급기자 회견을 열고 경영권 소송 의지를 밝힌 가운데, 신 회장은 지난달 하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본으로 떠난 뒤 20여일만에 귀국했다.
기자회견 도중인 오전 11시 38분 김포공항에 도착한 신 회장은 비서진으로부터 일단 간략하게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사실과 시각 정도를 보고 받았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알겠다”는 반응만 보였을 뿐 입을 다물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신 회장은 곧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 집무실로 일단 돌아와 자세한 기자회견 내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94)으로부터 위임받아 동생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경영권 관련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 사퇴시키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면 총괄회장을 설득해 롯데그룹의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