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완화적 통화정책의 수요증대 효과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노동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부터 이틀간 한은 본관에서 ‘저인플레이션 상황하에서의 거시경제정책과 물가측정 이슈’를 주제로 조사통계 국제컨퍼런스를 개최, “인플레이션의 추세적 하락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구고령화, 경제불균형 심화, 총요소생산성 둔화 등 구조적 문제에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개회사를 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후 기준금리를 현재 연 1.50%로 총 1.0%포인트 인하한 이 총재가 미국 연내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또 장기간 통화완화 정책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은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대응해 금융완화 기조를 장기간 지속해왔는데 이로 인해 경제에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살펴야 한다”며 “기업투자 등 실물경제에서의 위험추구 경향이 낮은 반면 금융 부문의 위험추구가 높아지면서 경제 및 금융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지 않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특히 한국의 경우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는데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리스크뿐만 아니라 소비여력 약화 등 거시경제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한은이 내년부터 3년간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올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 총재는 현 물가안정목표제가 통화정책 운영체제로 최선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총재는 “다수의 국가가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화정책 운영체제로 채택하고 있는데 최근과 같이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체제가 최선의 방안인지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안정목표제가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저인플레이션 상황하에서 경기부진 및 디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는 최적의 운영체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의 물가안정목표를 2.5∼3.5%로 잡았다. 하지만 저성장, 저물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에 1%대로 떨어진 이래 지난달까지 33개월 동안 목표의 하한선인 2.5%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