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그리스와 채권단 양쪽에 엄포를 놨다.
IMF 관계자는 “그리스의 추가 개혁과 국제채권단의 채무경감이 합의되지 않으면 IMF는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9일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IMF 이사회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IMF의 이 같은 자세는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시행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독일을 비롯해 채권단에 속한 국가 중에 그리스의 부채 경감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IMF의 그리스 대출 프로그램은 내년 3월까지 약 170억 유로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엔 IMF에 신규 자금을 요청할 만큼 그리스의 IMF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만약 IMF가 빠지면 국제채권단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프로그램 시행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주요 채권단인 독일은 860억 유로(약 110조4500억원)를 지원하는 그리스 구제금융 계획에 IMF가 참여하지 않으면 연방하원의 승인을 얻기 어렵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하곤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 재원 조성을 돕지 않는다면, 추가 구제금융이 집행되기까지 몇 달은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우에 따라서 구제금융 협상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리스는 다음 달 20일까지 유럽중앙은행(ECB)에 32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국제채권단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그리스 내부에서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자신이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반발 세력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위기 때마다 ‘쇼맨십’을 보여줬던 치프라스 총리가 이번엔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30일 아테네에서 열린 여당 간부회의에 참석,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인 경제개혁안에 대한 시비를 가리기 위해 9월 긴급 당 대회를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조기총선 여부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리자의 라디오 방송인 스토코키노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내) 강경파가 구제금융 협상에 계속 반대하면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과반의석을 보유하지 못하면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고, 정부 입장에 반대하면 물러나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