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향후 운명을 가름할 새 경제개혁안을 9일(현지시간) 오후 국제 채권단에 제출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개혁안을 승인해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측도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이 그리스의 개혁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 채권단에 3230억 유로(약 404조2370억원)를 빚지고 있는 그리스가 최소 535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10일 의회에서 세수 증대와 연금 개혁 관련 법안을 상정해 표결할 예정이다. 이어 유로그룹은 오는 11일 회의를 열어 개혁안을 평가해 브리지론과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한 3년간의 자금지원 협상 재개 여부를 협의할 계획이다. 최종 결정은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판가름 난다.
이날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은 기존안보다 채권단의 요구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개혁안의 세수 증대와 재정지출 삭감 규모는 2년간 12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통한 재정수지 개선 규모가 2년간 13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각각 보도했다. 이는 그리스가 지난달에 제시한 개혁안의 79억 유로(올해 27억 유로, 내년 52억 유로)보다 40억 유로 이상 많은 수치다.
다만 그리스의 ‘운명의 날’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서 구제금융 방안 중 하나인 ‘채무탕감(헤어컷)’을 놓고 국제 채권단 사이에 막판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채무탕감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서를 통해 언급하면서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 방안으로 떠올랐다. 채무탕감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속한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당초 주장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최근 채무탕감을 강경하게 반대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긴 했으나 실제로 협상 타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세계 주식시장에서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0.19%, 0.23%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0.26% 올랐다.
특히 전날까지 부진했던 유럽증시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독일증시 2.32%, 프랑스증시는 2.55% 각각 뛰어올랐다. 영국증시도 1.4%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