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미국 헤지펀드가 한발 늦게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실제 삼성물산의 저평가로 손해가 예상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한편 오히려 ‘합병 무산’을 막기 위한 방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4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경영참여를 위해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장내매수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최근 진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에서 삼성물산 가치가 상당히 과소평가됐고 합병조건 또한 공정치 않아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달 26일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 비율은 기준주가를 반영해 1대 0.35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전반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을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일부에서는 삼성물산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된 측면이 커 합병비율이나 기타 조건에서 불리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밝힌 경영참여 선언 배경 역시 이와 동일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도발이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병을 무사히 성사시키기 위한 '강한 반대표', 즉 찬성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안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5000억원(삼성물산 주식 18% 규모)을 넘어설 경우 합병계약이 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합병까지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하게 되는 상황이 생겨 주가가 매수청구 가격을 밑돌면 주주들이 대량 매도(매수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오늘 지분공시와 같은 노이즈는 오히려 주가를 띄워 합병을 무사히 진행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경영권 참여 공시 이후 삼성물산은 장중 7만원 선을 돌파하는 등 10% 이상 크게 오르고 있다. 제일모직 역시 나흘만에 반등하며 19만원 선을 훌쩍 넘어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