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업계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싱가포르 아바고테크놀로지가 370억 달러(약 41조원)에 미국 통신반도체 전문업체 브로드컴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이후 기술 부문 최대 인수·합병(M&A)이며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아바고는 170억 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 200억 달러는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브로드컴 주당 평가액은 54.50달러로 인수 소문이 전해지기 전인 26일 종가에 16%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인수 기대에 브로드컴의 주가는 전날 22% 폭등하며 지난 2001년 이후 최대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바고는 브로드컴은 지난해 매출이 84억 달러로 아바고의 49억 달러보다 많았다. 그러나 아바고는 시가총액이 약 363억 달러로 브로드컴(340억 달러)을 웃돌고 있다.
인수 합의로 아바고는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업체 6위로 도약하게 됐다. 이는 생산과 설계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반도체업계에서 불고 있는 활발한 ‘합종연횡’ 추세를 나타낸다고 통신은 풀이했다. 다른 반도체업체 NXP세미컨덕터도 지난 3월 경쟁사인 프리스케일세미컨덕터를 약 16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바고는 이미 지난 2013년 56억 달러에 LSI코퍼레이션을 인수하는 등 업계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바고가 지난해에도 3건의 M&A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친기업적인 정책이 아바고 도약에 도움이 됐다고 FT는 풀이했다. 싱가포르 법인세율은 9.6%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35%에 이른다. 비용절감에 혈안이 된 반도체업계에 이는 무시하지 못할 인센티브라는 평가다.
패트릭 무어헤드 반도체 전문 독립 애널리스트는 “업계의 게임은 ‘합병하느냐 합병되느냐’로 바뀌고 있다”며 “아바고는 브로드컴 인수로 자사 취약점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관련 기술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당국의 승인은 이번 인수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은 경쟁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의 합병을 무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