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각국 부품업체들도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로 향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이들 업체는 오히려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는 전년보다 40% 늘어난 가운데 애플이 최대 고객인 일본 세라믹 콘덴서업체 무라타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6% 급증했다.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대만 라르간의 순이익은 61% 늘었으며, 아이폰용 스크린 공급업체인 LG디스플레이의 순익은 8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아시아 부품업체 및 완제품 조립업체에 대한 애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경쟁 격화와 자신들의 뿌리가 되는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라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스티븐 펠라요 HSBC 아시아 기술리서치 대표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3년간 판매 증가율이 한자릿수 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서치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판매 증가율은 지난 2013년 39%, 지난해는 28%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포화상태로 나아가고 있는 점이 업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IDC는 지난 1분기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으며 이는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년간 빠르게 성장했던 샤오미도 최근 2개 분기 연속 판매가 위축됐다.
한국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부품사업도 어려움을 겪었으나 새 대표모델 갤럭시S6의 출시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은 부품업체이면서도 완제품업체이기도 해 스마트폰 사업이 주춤해도 부품사업이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에만 의존해왔던 한국 부품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터치스크린패널 공급업체인 일진디스플레이와 삼성에 안테나와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는 파트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62%, 51% 감소했다고 FT는 전했다. 이들 업체의 주가는 최근 6개월간 삼성의 휴대폰 전략 개선에 따른 실적 호전 기대로 올랐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고 있다.
맥쿼리증권의 대니얼 김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모든 한국 부품업체들이 중국기업과의 연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2014년 삼성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충격은 이들에 경종을 올렸다. 이제 이들은 사업 다각화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니와 샤프는 완제품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에 밀리면서 부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니는 내년까지 17억 달러(약 1조8500억원)를 투자해 스마트폰용 카메라 센서 수요 증가에 대처할 계획이다. 반면 샤프는 디스플레이 패널 증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아이폰6 패널 공급업체에서 제외되면서 흔들리고 있다. 샤프는 지난주 자본금을 5억 엔으로 줄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