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과의 설전이 격화돼 주승용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때, 난데없이 노래를 하는 최고위원이 있지를 않나, 자신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당 대표 경선 자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스스로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을 인정하고 국회운영위원장으로서 받은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는 얘기를 해버려 공금 횡령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르기까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정치권에 속출하고 있다.
미스터리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홍준표 지사의 고백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고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 재산등록에 누락된 점은 인정하면서 그것이 실수였다고 주장하면 여태까지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뿐만 아니라 국회 대책비의 생활비 ‘전용’ 문제도 이것이 횡령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법리적 논쟁이 있다는 점도 감안한 듯 보인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서 일어난 일들은 참 해석하기 어렵다. 우선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 사이의 논쟁은 적합하지 못한 언어 사용 문제를 차치하면, 결국 4·29 재보선 패배 책임 공방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만일 재보선 참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문재인 대표가 물러났더라면 이런 식의 분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책임 공방은 과거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에서 참패했을 때 대표들이 물러났다는 것에 기인한다. 가장 최근에도 안철수·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과거 손학규 대표 역시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버티며 자신 때문에 발생한 일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즉, 자신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없고, 그렇다고 계파 갈등 해소에 대한 뾰족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문재인은 친노 수장이라는 말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의 이런 식의 언급은 과거에도 있었다. 문재인 대표는 과거 당 대표 경선을 치렀을 때도 “계파의 ‘기역’자도 안 나오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이 지켜졌더라면 지금과 같은 선거 참패 책임 논란이 최소한 계파 갈등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표에게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 과연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계파 갈등과 더불어 비선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상태는 더욱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문재인 대표 스스로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평할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외부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가 대선을 꿈꾸고 있다면 최소한 책임질 때 책임지고,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한다. 이는 문재인 대표가 손학규 전 대표에게 배워야 할 점이다. 이렇듯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은 이념적 선명성을 보이기 위해 강경투쟁을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 계파 갈등을 수습하겠다며 원탁회의나 외치는 것은 결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원탁회의가 나름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원탁회의라는 존재 자체가 일종의 계파 간 타협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당을 이끄는 리더가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는 혼자서 문제를 수습하려 노력해야지 다른 계파 보스들과 모여앉아 적정선에서 타협이나 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대표가 리더십을 보여 줄 찬스다. 이 기회를 놓치면 리더로서의 이미지는 좀처럼 문 대표를 찾지 않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