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최근 삼성그룹과 빅딜을 완전히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빅딜은 한화그룹의 승계구도와 무관하지 않은 대규모 거래라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화그룹이 이번 빅딜을 통해 계열사로 편입한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을 지배하는 중간 지주사가 사실상 한화에스앤씨(S&C)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 복귀와 함께 김동관 상무가 그룹 경영 전반에 얼굴을 내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체제 구축 =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에 심상치 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이번 빅딜을 통해 그룹 내부에 별도로 계열분리가 가능할 정도의 소규모 그룹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임금이 생존해 있으면서 후계자에게 임금 자리를 넘겨주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상왕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한화에스앤씨는 이번 빅딜로 그룹 최상위 기업인 한화와 별도로 6개의 국내 계열사를 거느린 사업형 지주사의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됐다. 한화에스앤씨는 현재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또 그룹 내 광고 물량을 독식하고 있는 한컴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소규모 기업인 휴먼파워와 드림플러스아시아유한회사 등 2개의 특수목적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화에스앤씨가 지주사인 한화의 그늘에서 벗어나 지배하는 그룹 자산은 1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빅딜로 완전자회사인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사실상 그늘 밑에 두게 되는 그룹 계열사 자산은 10조원에 이른다. 국내 대기업집단 지정 규정이 총자산 5조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화에스앤씨는 국내 20위권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소규모 그룹 지주사로 탈바꿈한 셈이다.
한화에스앤씨가 그룹 지배구조상 김승연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지주사인 한화와 별도로 떨어져 있는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화에스앤씨의 최대주주는 김동관 상무다. 김동관 상무는 회사 지분 50%를 보유해 사실상 10조원을 웃도는 그룹 자산을 자신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빅딜로 한화그룹 국내 계열사 총자산이 50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김동관 상무의 지배 체제 하에 그룹 자산의 25%가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김동관 상무 입장에서는 이번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의 인수는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지주사법을 피해 한화에스앤씨의 자회사를 최대주주로 내세워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한 부분은 후계구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계 빨라질 수도 = 김승연 회장이 아직 젊고 장남인 김동관 상무도 3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김동관 상무가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한 태양광 산업의 성공으로 경영권 승계에 연착륙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빅딜을 통해 김동관 상무는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주사인 한화와 그룹 내 별도의 소규모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한화에스앤씨의 등기임원 선임 여부가 눈이 쏠리는 부분이다. 김동관 상무는 최근 한화큐셀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는 등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지 않은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김승연 회장은 한화의 등기임원 재선임이 상당 기간 어렵다.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가 풀리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게다가 집행유예가 풀리더라도 주력계열사 관련 법률과 회칙에 따라 등기임원으로 선임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는 김승연 회장이 주력 계열사들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지 않고 상왕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우회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주력 계열사 이사회에서 상왕을 대신할 후계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김동관 상무의 승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이번 빅딜이 승계구도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만 경영권과 지배권 승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