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2008년 5월 4일, 충남 보령에서 실제 있었던 사고에 관련된 내용이다. 파도의 정체는 이른바 ‘기상해일’로 빠르게 이동하는 이동성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 봄철에 서해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발생 원리를 보면 먼 바다에서 이동성 저기압에 의해 바닷물이 상승하고 빠른 저기압과 함께 물결이 연안으로 이동한다. 이 물결이 수심이 낮은 해안가에 이르면 큰 해일로 변하고, 이 파도가 예기치 못하게 잔잔한 바닷가를 순식간에 덮치는 ‘기상해일’이 된다.
특히 서해는 평균 수심이 약 40~50m이고 파도의 이동 속도가 시간당 약 70~80㎞로 이동하는데, 이 파도(천해파)의 속도와 서해에서 발생한 저기압의 이동 속도가 시속 80㎞로 일치할 때 기상해일이 생길 수 있다. 커피 잔을 들고 가는 사람의 발걸음의 주기가 커피의 진동주기와 맞아떨어질 때 커피가 요동쳐 넘치는 것과 비슷하다. 파도의 주기가 저기압의 이동 속도, 진행 방향 등과 일치하면 여름철에 태풍, 강풍 혹은 지진 등에 의한 강한 외력이 없어도, 즉 날씨가 좋아도 큰 물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 침수, 어선 전복 등 재산상의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사고까지 유발하는 기상해일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규슈 나가사키 만)에서도 나타나, 1980년대에 그 원인이 밝혀져 ‘아비키(Abiki)’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뚜렷한 대비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 지중해에 위치한 스페인과 크로아티아 해안에서도 기상해일(Rissaga)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예측시스템 구축과 운영, 주요 발생 지점의 기압을 관측해 그 변화를 감시하고 있다.
기상청은 2008년 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기상해일을 계기로, 그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과 실시간 감시, 그리고 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까지 전 해역에 연안방재관측시스템을 구축해 기상해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현재 기상해일의 발생 가능성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는 기존에 발생 유무만을 판단했던 감시체계를 피해 예상지역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봄철 해안가에 있는 우리 국민들은 잔잔한 바닷가에서도 기상해일로 인해 갑자기 파도가 높아져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평화로운 해안가에서 갑자기 접하게 되는 기상해일의 위험 신호에 신속히 대처해 귀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