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 김영란법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궁극적으로 김영란법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와 경제가 투명해지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내수 위축 가능성도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 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4%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패는 공공투자와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거나 민간투자 활력을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였다.
연구원측은 1995∼2010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를 토대로 OECD 국가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수가 1% 오를 때 1인당 명목 GDP는 연평균 0.02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개선되던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2008년 10점 만점에 5.6점, 2011년에는 5.4점으로 OECD 평균 6.9보다 1.5점 낮았다.
2014년에는 100점 만점 체제로 바뀐 방식에서 55점을 받는데 그쳤다. OECD 34개국 평균(68.6점)보다 크게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한국생산성본부는 201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와 노동생산성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부패 정도가 심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본부측은 부패인식지수 개선으로 GDP는 물론 노동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도 미국의 리스크 분석기관 PRS그룹의 'ICRG(International Country Risk Guide)' 지수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청렴지수가 1.2만큼 개선되면 한국의 국가브랜드 점수가 5.2점, 국가경쟁력 점수도 0.29 각각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김영란법에 따른 부패 감소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골프장이나 고급 음식점, 술집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직원, 교직원에 대해 직무와 관련없이 1회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의 수수, 요구, 약속을 금지하고 있다.
골프장이나 고급 음식점, 술집 등은 고가의 접대 문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김영란법에서 정한 한도
를 금방 넘을 수 있다.
주말 접대 골프는 통상 1인당 대략 5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피만 25만원을 넘고, 캐디피, 카트비 등을 합치면 30만원을 넘는다. 여기에 주류와 간식, 식사에 5만원이 들고, 선물은 별도로 약 10만원이 소요된다. 1명으로부터 접대 골프를 6번만 받아도 300만원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한 골프장 관계자는 "지금도 골프에 대한 시선이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김영란법으로 주말 골퍼들은 더욱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 1병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술집에서는 1번의 접대만으로도 100만원을 넘길 수 있고, 1인당 수십만원씩 하는 고급 음식점도 같은 사람에게서 몇 차례 접대를 받아도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유통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내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선물 수요나 자영업자의 음식점 영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점은 상품권과 선물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상품권이나 선물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수요가 몰리는데 김영란법 통과로 주요 구입처인 법인들의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상품권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현금보다 거부감이 적어서 수요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가 투명해지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현재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내수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이 법이 사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 경제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지하경제가 상당 부분 양성화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건국대 오정근 특임교수도 "김영란법의 목적은 부패척결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규제 혁파도 있다"며 "(공무원 등이) 규제로 이익을 보기 때문에 규제개혁이 잘 안되고 있는데, 이런 이익을 원천적으로 없애면 규제도 쉽게 완화돼 결국 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도 "과도한 접대문화가 축소되면 공정한 룰 속에서 경쟁이 가능해져 신뢰라는 사회적자본이 축적되고,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내수 위축 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광석 연구원은 "공급-수주 거래가 많은 건설업이나 IT·화공·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이 법 시행 초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설 명절 선물 문화 등이 사라지면서 급격히 소비가 위축되고, 해당 분야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사회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각에서는 경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의사결정의 예측가능성과 합리성을 높여 경제 주체들의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