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와 이라크의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이 억류한 일본인 인질 가운데 1명이 살해됐다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인질 중 한 명인 고토 겐지(47)로 보이는 인물이 다른 인질 유카와 하루나(42)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참수당하는 사진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24일(현지시간) 유튜브로 공개됐다고 일본 NHK방송이 보도했다.
고토 씨가 들고 있는 사진에는 주황색 옷을 인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장면과 옷 위로 머리 부위가 보이는 장면이 각각 담겨있다.
이 영상에는 “나는 고토 겐지다”“당신들은 나와 함께 생활하던 유카와 하루나 씨가 살해된 사진을 봤다”는 내용이 영어로 녹음돼 있었다.
영상은 “그들이 더 이상 돈을 원하지 않으니 테러리스트에게 돈을 주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요르단 정부가 구속한 그들의 동료 사지다 알 리샤위를 석방하면 내가 풀려날 것”이라는 내용이 있어 IS가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영상에 등장한 인물이 고토 씨와 유카와 씨인지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 새벽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언어도단이며 용서 못할 폭거이다. 강한 분노를 느꼈다”며 “모든 채널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겠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테러 대처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일본의 주요 우방이 24일 긴급성명을 내고 IS의 일본인 인질 살해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에 이 영상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 방문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긴급 성명을 내고 “미국은 IS가 유카와 하루나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을 규탄한다”며 “고토 겐지 등 다른 인질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IS에 거듭 촉구한다. 일본 국민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성명에서 “IS가 유카와 하루나를 살해하고 다른 일본인 인질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잔혹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며 “영국은 일본 국민과 일치 단결할 것이며 일본 정부를 확고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