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날개 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 감소에도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11달러(4.2%) 떨어진 배럴당 47.9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 역시 3% 넘게 급락하며, 배럴당 51달러대로 추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주부터 유럽 주요국에 대한 공식 판매가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경제전문방송 CNBC는 전했다.
또 압둘라 사우디 국왕이 이날 연설문에서 “‘공고한 의지’를 통해 유가 약세에 따른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감산을 비롯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원유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 전망을 이유로 유가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한스 반 클리프 ABN암로뱅크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공급 이슈에 사로잡혀 있다”며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증가한다면 브렌트유 가격 역시 이번 주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국내 기름 가격 역시 13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정유사들이 지난주 ℓ당 10원 정도 올렸던 휘발유 공급 기준가격을 다시 30원씩 인하함에 따라 휘발유를 ℓ당 1300원대에 판매하는 주유소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ℓ당 1570원이며 경유는 1385원이다. 휘발유를 판매하는 전국 1만1000여개 주유소 중에서는 충북 음성의 상평주유소가 1385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했다.
유가 급락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위기가 이어지면서 뉴욕증시는 약세를 지속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수 2000선을 간신히 지키면서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는 13개월 만에 최장기 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