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이 과거 점포 중심의 영업에서 탈(脫)점포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영업점에서 모바일로,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 시대에 맞춰 은행 고객들의 행동과 관심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금융 집중 전략은 경영효율화 극대화 및 충성 고객 확보 등 새로운 수익 기반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은행들은 최근 계좌조회·이체 같은 단순 기능 외에 온라인 전용 대출상품까지 스마트금융으로 취급하는 등 상식을 깨는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 스마트폰뱅킹 등록고객 4000만명 넘어 = 지난 1년간 은행 점포 수는 270여개 줄어들었다. 이는 전체의 5%에 해당하는 규모로, 20곳 중 1곳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한국SC·한국씨티 등 9개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는 지난 7월말 기준 5101개다. 이는 지난해 6월말(5370개)보다 269개(5.0%) 줄어든 수치로, 최근의 은행 점포 감축은 과거 외환위기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 22개 지점을 줄였고, 올해 1월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55개, 49개 점포를 줄였다. 씨티은행은 최근 전체 지점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6개 점포 폐쇄를 결정했고 SC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올해 지점 50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인력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이 기간 4229명에서 3587명으로 642명(15.2%), SC은행은 5605명에서 5146명으로 459명(8.2%)의 직원이 각각 감소했다. 8036명에서 7829명으로 207명 감소한 외환은행은 외환카드 분사로 587명(7.3%)이 더 줄어들게 됐다.
은행의 점포·인력 감소 추세는 스마트폰뱅킹 확산 등의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창구이용률은 지난 6월말 기준 11.2%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스마트폰뱅킹 등록 고객은 지난 3월말 기준 4034만명으로 작년 12월말 대비 8.5% 증가했다. 이는 서비스가 선보인 이래 최초로 40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포 중심의 영업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는 금융소비자의 편의성과 은행 비용절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점은 전자금융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고객과의 대면채널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단순히 점포 축소나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이익증대를 위해 지점의 전반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종이 없는 모바일 통장·온라인 PB센터까지 =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우리은행은 스마트폰으로 입·출금과 대출연장 등 창구거래를 할 수 있는 ‘우리 모바일 통장’을 은행권 최초로 선보였다. 모바일 통장을 사용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은 고객은 현재 70만명을 넘어섰으며 영업점에 직접 거래를 신청한 고객도 1만명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출금을 하려면 은행 창구와 자동화기기(CD·ATM)에서 종이 통장 또는 체크카드를 갖고 가 날인·서명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그러나 모바일 통장은 앱이 내장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창구와 자동화기기에서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다.
모바일 통장은 입출금 계좌를 비롯해 예·적금 계좌, 대출 계좌, 펀드·보험 계좌를 무한대로 탑재할 수 있다. 입출금 거래의 내용을 스스로 메모해 정렬·검색 기능도 갖췄다. 거래 내용이 기록되는 기한은 10년이다. 종이 통장은 약 200건까지만 기록이 가능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스마트폰뱅킹 앱으로 직원의 명함을 수신할 수 있는 스마트명함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명함 서비스는 신한은행 스마트폰뱅킹 앱인 신한S뱅크로 직원이 보낸 명함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이 명함을 조회한 후 해당 명함에서 직원에게 전화걸기 또는 연락처 저장이 가능하며 직원별로 설정한 상담 가능 시간대에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전화상담 요청도 가능하다.
스마트금융이 다양하게 발달하면서 대면접촉 위주로 전개돼 온 프라이빗뱅킹(PB)도 온라인을 통해 가능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 이용 경향이 큰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관리 활동을 하는 ‘온라인 금융센터’를 출범했다.
온라인 금융센터는 온라인상에서도 영업점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콜센터와 다른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금융센터에는 1대1 전담 고객관리를 위한 온라인 PB를 배치했으며 이들은 영업점 PB 못지않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