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가 12일 최근의 담뱃값 인상을 넓은 의미에서 증세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각종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등 세부담이 늘어나는 정책이 추진된 적은 있지만 이를 증세의 범주로 해석한 발언이 정부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금연대책에 포함된 담배세 인상방침과 관련해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증세는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침에 묶여 세제 관련 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증세라는 비판에 휩싸여 고초를 겪은 일이 많았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다만 문 실장은 “증세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따라온 것이라며 “증세를 위한 목적으로 담배가격을 인상했다는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상당폭의 가격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고 결국 담뱃값인상이 자연히 세수증가로 귀결됐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흡연가의 주머니를 턴다는 비판을 의식한 답변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문 실장은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증세의 개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며 “소득이나 재산 부분에 있어서의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증세로 볼 수 있지 않느냐”며 “(담뱃값 인상처럼) 외부불경제를 시정하는 차원에서 올리는 세율까지 증세로 봐야 하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문 실장은 “담뱃값 인상안의 국세증가분은 1조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방침이 증세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태도변화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사실상 증세는 부분적으로 계속 있어왔다고 보면 된다”며 “현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금을 늘려온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는 주된 명분 중 하나는 담배소비에 따라 사회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외부불경제’다. 자연히 일각에서는 유사한 외부불경제가 발생하는 주세율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문 실장은 “같은 외부불경제라도 주세율 조정까지 같이 가면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 주세율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문 실장은 정부안에서 2000원으로 제시된 담뱃값 인상폭에 대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2004년 담뱃값 인상 때는 정치적인 고려 등으로 원안보다 담뱃값 인상 폭이 낮아진 바 있다”며 “여러 정치적인 여건을 감안해서 한 2000원 정도로 정부안을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